12/01/2020

코리아월드

휴스턴 코리아월드 주간신문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합리적 원칙을 지킬 때)

 인간은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사는 동물과는 달리 앞을 내다보며 산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불가피한 것이다. 한인동포사회를 위해 봉사자의 길을 나서겠다며 크고 작은 단체장이 되기위해 많은 공약을 내세우면서 출마의 변을 늘어놓았던 사람들이 회장, 이사장들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처음 미국에 왔을때 이곳 사람들이 나이와 남녀구별 없이 서로 자연스레 미스터 김, 미세스 박이라고 서로 자연스레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친근감을 느낀 한편, 또 한편으로는 예의를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원래 이름은 부르라고 부모님이 지어준 것인데 한국사람들은 친구를 빼 놓고는 잘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인사회에서 단체장을 역임했던 사람한테 회장님, 이사장님이라 안하고 이름을 부르면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을 느꼈다면 나만의 기우(杞憂)가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도 우리는 상대방을 호칭할때 이름보다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직위나, 직명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언젠가 식모를 가정부로, 운전수를 기사로, 간호부를 간호원 등으로 명칭을 격상시킨 일도 있었다. 체면과 겉치레를 중시하는 한국, 미국에서 명칭변경으로 돈 들이지 않고 신분을 평가, 절상시키는 효과를 보았지만 그러다 보니 단체가 많고 관직이 없는 이민사회에서 봉사를 하고 단체장이 된 웬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회장, 이사장을 해 보았을 것이다.

조선초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를 하여 20살에 경기도 파주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맹사성은 어느날 무명선사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선사가 대답하길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하시면 됩니다. 그런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길을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 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무명선사가 녹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않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은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가다가 머리가 문턱에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겸손하게 한번 숙이고, 또 숙이고 양손을 먼저 내밀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휴스턴 한인사회도 이제는 십 수년전의 단체장들과는 성숙할 만큼 성숙하였다. 이제는 그런 유명인사 행세는 제 크레딧을 못 받고 있다. 이제는 명칭이 갖는 프리미엄까지 상실되어 가는 도덕적, 정서적 가치관을 따지는 한인사회가 됐다. 사람들은 제 이름 아닌 다른 명칭으로 불릴수록 그 사회는 진실보다는 허위가, 실제보다는 가식이 더 판을 친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명예욕의 단맛을 보았던 단체장들은 개인의 명예를 위하고 한인동포들 위에서 군림하려 들고 자신의 명예욕이나 내세우기를 좋아하지 말고 이민생활의 삶을 풀어나가는 단체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현재 단체장이거나, 전직 단체장을 역임했다 하여 다른 동포들보다 자신이 인격적으로 높다(?)는 인식을 버리고 봉사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인적, 물적지원을 동원해 봉사해야 하는 매우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더 나아가 소속단체가 봉사하는 커뮤니티와 휴스턴 동포사회에 대한 책임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스컴에서 사라진 배아줄기 세포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던 전 황우석 서울대학교 교수는 세상에 이름이 2배 나면 4배 몸을 낮춰도 부족하고, 2배의 지위가 올라가면 6배 겸손해도 공격을 받는다고 했다. 그 당시 황교수의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과대한 사회적 관심에 대한 고통을 토로한 것이다.” 그간 동포사회를 이끌어온 원칙들이 기나긴 세월을 통해 규범과 원칙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휴스턴 한인사회는 60여년간 뿌리를 내리면서 미국의 4대 도시인 한인사회의 큰 나무로 성장했다



최수철
조선일보 휴스턴 지국장
전 동아일보 휴스턴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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