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2020

코리아월드

휴스턴 코리아월드 주간신문

늙음은 한번 오면 갈 줄을 모르는 게 우리 인생 아닌가.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어도 사람은 다시 젊음으로 갈 수 없으니 언제까지 슬퍼하고 만 있을 순 없다.
컴퓨터가 나오므로 “타자수”가 없어지고 핸드폰이 나오면서 “공중 전화”가 없어지고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므로 “코닥 필름”이 없어졌다. 이처럼 역사의 진행 과정에 따라 변화가 오고 있으며 시대는 변하고 있다. 또한 인간도 늙으면 퇴물(退物)이 된다는 것을…? 눈뜨면 아침이고 돌아서면 저녁이고 월요일 인가 하면 벌써 주말이고 어느새 11월이면 어느덧 한 해가 지나 새해가 된다.
세월이 빠른 건지 내가 급한 건지 아니면 삶이 짧아 진 건지. 나는 어느새 늙어있고 마음속에 나는 그대로 인데 어느새 세월이 빨리도 갔다. 짧은 세월 허무한 이민생활 그래도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늘 바람처럼 물처럼 삶이 우리를 스쳐간다고 해도 사는 날 까지는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많은 노인들은 사회속에 남아, 삶의 보람과 사회에 기여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사회에 소속된 나”를 찾고자 하지만 지금 노인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만족할 만한 상황은 못 된다. 어디를 갈 것 인가? 갈 곳이 없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친구들과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해 친구들과 의논도 하고 식사도 해야 되는데 코로나19으로 인해 바깥 출입도 제한되어 있다. 노인들이 외로움과 그리움을 떨쳐 버린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성 같이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는 것이다.
한 순간을 만났어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매 순간을 만났어도 잊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 내가 필요할 땐 곁에 없는 사람도 있다. 내가 좋은 날에 함께했던 사람도 있고, 내가 힘들 때 나를 떠난 사람도 있다. 사람의 관계란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
얼굴이 먼저 떠오르면 “보고 싶은 사람”이고 이름이 먼저 떠오르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외로움”은 누군 인가가 채워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채울 수 없다. 고 이해인 수녀는 “이런 사람” 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말했다. 따지고 보면 외로움과 그리움은 같은 맥락의 뜻이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로움”은 누구인가가 채울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니 걸어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가 없다. 살아오면서 삶을 사랑 했을까, 지금도 삶을 사랑하고 있을까? 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 세울 번듯한 명함 하나 없는 노년이 되었나 보다. 붙잡고 싶었던 그리움의 순간들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은 겨울 문턱에 서서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이제는 어디로 흘러 갈 것인가…… 걱정하지 마라. 아쉬움도 미련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내일을 그렇게 믿고 가자.
애지 중지 키워 논 자식들 다 떠나니 내 것이 아니었다. 꼬깃꼬깃 숨겨 논 옷장 속 지폐들 사용하지 않으니 내 것이 아니었다. 긴 머리칼 빗어 넘기며 미소 짓던 거울 속 멋쟁이는 늙으니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큰방, 아내는 작은방, 몸은 남이 되고 말만 섞는 아내도 내 것이 아니었다. 서로 좋아서 만나 밥 먹고 술 마시며 늦도록 함께 한 친구도 손 흔들고 돌아서니 내 것이 아니었다. 칠십 인생 살아보니 내 것은 없고 빚만 남은 빚쟁이처럼 되게 서럽고 처량하다. 내 것 이라곤 없으니 잃을 것도 숨길 것도 없다. 병 없이, 탈 없이 살아도 길어야 십 년이다. 서로에게 좋은 말 해주고 기운 나게 하고 돌아서면,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 그는 친구였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은 또 오늘처럼 그냥 지나가다 무심코 살다 보면, 겨울을 느낄 때쯤 또 봄이 다가 올 거고, 사랑을 알 때쯤 사랑은 식어가고, 부모를 알 때쯤 부모는 내 곁을 떠나 가고, 건강의 중요성을 느낄 때쯤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나 자신을 알 때쯤, 많은 것을 잃었다. 흐르는 강물도 흐르는 세월도 막을 수도 잡을 수가 없는데 모든 게 너무 빠르게 변하며 스쳐가고 항상 무언가 보내고 또 얻어야 하는가.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고 베풀 수 있을 때 베 풀고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길이다.




최수철
조선일보 휴스턴 지국장
전 동아일보 휴스턴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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