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5/2021

코리아월드

휴스턴 코리아월드 주간신문

희망찬 2021년(신축년)을 맞이하였지만 역시 우리 머리 위에 내린 흰 눈은 봄바람이 불어와도 녹지를 않고 봄은 오고, 가고 하건만 늙음은 한번 오면 갈 줄을 모르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닌가?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어도 사람은 다시 젊음으로 갈 수 없으니 언제까지 슬퍼하고 만 있을 순 없다.
느티나무 잎 하나 빙그르르 휘돌며 떨어진다. 내 삶의 끝자락도 저와 같다. 낙엽이 땅에 떨어지기까지는 순간이지만 낙엽이 지기 전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했을까 생각 해 본다. 세월이 빠른 건지, 내가 급한 건지, 아니면 삶이 짧아 진 건지 지난 겨울을 지내오면서 나는 어느새 늙어있고 마음속에 나는 그대로 인데 어느새 세월은 빨리도 간다. 일찍 일어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실컷 자고 일어나서 커피 한잔을 끓이면 그 솔솔 올라오는 커피 향에 잠을 깬다. 아! 오늘도 하루가 시작 되는구나, 항상 햇볕이 내려 쬐는 “휴스턴” 미국에서도 가장 덥다는 휴스턴 더위이지만 올 겨울은 좀 쌀쌀한 날씨이다. 커피 한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면 주위의 화초들이 제각각 자태를 뽐내며 잘 자라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인하여 한국에도 못 갔지만 이제 한국에는 나의 고향은 없다. 나의 고향은 서울로 내가 살던 추억을 기억하려고 찾아간 곳마다 그 놈의 땅값 때문에 다 팔고 떠나버렸고 온통 개발을 해서 여기인지, 저기인지 알 수가 없어 두리번 거리다가 찾을 수 없어 발길을 돌리는 것이 내 고향의 추억인 것이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동생도 미국에 있으니, 내가 살던 한국의 그리움을 이제는 나의 작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고향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사치(?)가 있어서 좋다. 아주 오래 전, 40여년 전에 한국을 떠났고 이제는 은퇴를 하고 나서 화초가 자라는 것을 보는 그 기쁨에서 하루하루 마음의 평온함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지난 1월 13일 휴스턴 한인타운 내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노인아파트에서 코로나19, 1차 접종을 받은 한인 노인들은 약 60여명으로 접종 후 대부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체류신분 상관 없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한다. 저녁에 커튼을 열면 아파트 주변은 어둠이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밤을 세우던가 아니면 잠자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좋은 글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 사는 것이 편안 한지도 모르겠다…? 훗날에 휴스턴 동포문학의 꽃 속에 나의 꽃도 한 송이 피어있기를 바란다면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라고 할까 생각하며 오늘도 글을 쓰기 시작한다.
누가 그랬던가? 인생에서는 지식보다는 경륜이 삶을 윤택하게 한다고, 온갖 고초를 겪고 산전수전 겪다 보면, 삶의 지혜를 깨닫고 사랑이 뭔지, 인생이 뭔지, 아픔이 뭔지를 그리고 추억과 고향의 그리움이 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 한다. 그러나 100세까지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의 나이가 65세가 넘으면 이미 늙은 나이다. 생물의 시계는 어김없다. 공주로 착각하지 마라. 그것은 바램일 뿐이다. 세월을 이기는 자는 없다. 처음에는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잔소리 하는 사람 없으니 이보다 더한 천국이 어디 있겠느냐 했지만, 쇼핑도 다니고, 커피도 마시며 빈둥거리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막상 밖에 나가면 갈 곳이 없다. 작년 한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바깥 출입을 자신이 자제하지만 음식점, 커피 점, 햄버거 숍 등은 아직도 개방을 하고 있지 않아 도저히 갈 곳이 없는 한 해였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에 한국노인들에게 주는 복지 혜택인 무료 전철을 타고 천안, 인근 도시에 가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 온다는 것이 흥미롭고 부럽기까지 했던 기억이 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한국이나, 미국의 한인 노인들은 무엇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지루함이 1년이나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지쳤다. 미국이 한국보다 나은 점은 바로 개개인 삶의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 오래 거주했던 이민자들은 미국이 내 집 같고, 한국은 그래도 객지인 것 같다! 하지만 자식들은 미국에서 성장했고 교육을 받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민 1세들은 미국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같이 각박한 생활이 아닌, 느리지만, 편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글쎄요? 정확한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미국에서 살면 한국이 생각나고, 고향이 그리워서 한국에 가 있으면 얼마 안 있어 그래도 미국의 생활이 그립지요. 끊임 없는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자신과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그런 삶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기에…. 미국을…???





최수철
조선일보 휴스턴 지국장
전 동아일보 휴스턴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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