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2/2021

코리아월드

휴스턴 코리아월드 주간신문

미나리 열풍, 수 많은 ‘순자’들

1976년 휴스턴 정착한 김영실 여사
정이삭 감독을 닮은 1.5세 2세들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 “할머니 같은 게 뭔데?”, “쿠키도 만들고! 나쁜 말도 안 하고! 남자 팬티도 안 입고!”, 한국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가 출연한 영화 ‘미라니’ 한국 할머니 순자(윤여정 역)와 손자 데이비드(앨런김 역)의 대사 중 일부다.

평범하고 소소한 이민자의 일상을 다룬 미나리가 전세계 주목을 얻고 있는 배경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할머니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비단 한국 할머니기 때문 만은 아니다. 평론가들은 미나리의 순자 모습은 히스패닉계, 인도계, 유럽계 등 이민자들에게도 그들 문화 속 다른 형태의 할머니의 모습을 이끌어 냈다고 극찬했다.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 배우의 깊은 내공은 강인하고 사랑 깊은 진정한 한국 할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전했다. 영화속 순자는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가지고 아칸소에 있는 딸은 만나러 갔고, 그곳에서 만난 미국 문화가 익숙해진 손자는 할머니의 한국식 사랑표현에 서운하기만 하다. 어느날은 데이빗과 함께 미나리 씨를 뿌린 곳에 가서 순자는 말한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라고. 척박한 이민생활 속에 한인들이 기름진 땅을 찾아 삶의 터전을 일구어 내는 모습을 흡사 미나리와 같이 묘사한 대목으로 해석 될 수 있다.

무조건적 희생에 대해 어떤이는 무모하다 평가할지 몰라도 무조건적 사랑에 대해 우리는 존경을 표하고 감사를 전한다. 우리의 할머니들이 그랬다. 미나리 열풍속에 휴스턴의 잊혀졌던 순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70~80년대 이민와 무조건적 희생과 사랑으로 자녀들을 성장시키고, 자신의 일생을 다바쳐 일군 아메리칸 드림의 가장 큰 수확은 자식농사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휴스턴의 대표적인 순자는 김영실 여사다. 지난해 팔순을 맞은 김여사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1976년 휴스턴에 정착, 1년만에 남편과 헤어지고 2살,4살 딸을 홀로 키웠다. 딸을 보러 미국에 온 순자와 달리 미국에서 두 딸을 홀로 키운 모습이지만 이민정착 과정의 고난과 이야기는 그 맥을 같이 한다. 김여사는 딸을 위해 재혼은 생각도 하지 않고, 딸들이 한국인으로써 성장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쪼개고 쪼깨 한글학교에 보냈다. 전통무용도 배우게 해 한국을 잊지 않게끔 했다. 이제 1살, 5살 손주들도 생겼다. 오히려 김여사는 순자보다 미국문화에 더 가깝게 한국할머니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딸과 외국인 사위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한국 이야기, 미나리 이야기 등을 나누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휴스턴에는 많은 순자 뿐 아니라 자전적 이야기로 영화를 펼쳐 낸 한인1.5세 정이삭 감독도 많다. KASH 관계자 및 2,3세 휴스턴 한인들은 “어색한 한국문화를 외면했던 1.5세 2세 한인들 조차도 최근에는 K-Pop, 한식 등 높아진 코리아 브랜드에 자부심을 갖고 한인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그 동안 어색했던 한국식 사랑 표현과 정이라는 단어를 실감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하며, “우리가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보다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잘 알릴 수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을 소개하고, 우리의 문화를 주류에 알리는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동자강 기자>



  • Sign up
Lost your password? Please enter your username or email address. You will receive a link to create a new password via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