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2/2021

코리아월드

휴스턴 코리아월드 주간신문

팔순(八旬) 언덕을 바라보며 ‘자살’

팔순(八旬) 언덕을 바라보며 ‘자살’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어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예비노인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예비노인의 한 사람으로서 80대 이후의 이른바 후기노인의 신체적 쇠퇴와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자살하고 싶을 만큼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노인이 되어, 특히 80대 후반이 되면 누구라도 노환에 걸릴 수 있고, 그러면 신체적으로 고통스럽고 우울해질 것이며, 개인에 따라서는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식의 개인적이고 생물의학적인 논리만으로 이 문제를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오래 전에 경북 청송에 사는 88세(米壽)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는 83세의 아내를 승용차에 태우고 마을 저수지에 차를 몰아 동반 자살을 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분은 경북 최대의 사과 농이고 같이 사는 자식도 곁에 있었다. 그런 그가 왜, 자살을 했을까? 만약 자신이 아내보다 먼저 죽으면, 병든 아내의 수발을 자식에게 맡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유서에서 “미안하다, 너무 힘이 든다,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했다” 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식과 손자들 이름을 적으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 할아버지는 자살만이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는 하루, 이틀 생각하고 내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노부부에 비극의 뉴스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결코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무심(無心)한 세월의 파도에 밀려 주변의 가까운 지인(知人)들은 하나, 둘씩 불귀(不歸)의 객(客 )으로 순서 없이 사라져가고, 눈은 어두워지고 귀는 멀어지고, 치아는 성한 데가 없고 다리에는 힘이 빠지고, 어깨는 결리고, 정신은 깜박거리는 黃昏(황혼) 길도 한참이고 내게도 몇 년 후 닥칠 팔십의 문턱에 오르겠지만, 지금은 친구들의 소식은 나날이 줄어가고 우편으로 전해 오는 것은 광고지뿐이고, 걸려오는 전화는 전화기를 바꿔라, 노인보험에 들라는 등 알아 듣기도 힘든 아가씨의 속사포가 귓전을 울려주니 정작 기다리는 친구나 지인의 안부는 줄어들기만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힘든 세월 용케도 견디며 자식들을 그런대로 길러 부모 노릇 어느 정도 이루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더 바랄 것도 없다. 남은 세월 후회 없이 살다 가야 할 터인데 하는 생각뿐이다. 앞으로 가는 길에는 여기저기 미궁(米 宮)의 지정(脂井)이 놓여 있어 언제나 빠질 수 있는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앞길만이 보인다. 어느날 갑자기 소리 없이 훌쩍 떠날 적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빈손이요, 동행해줄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길이 보일 뿐이다. 앞으로 남은 날들 살아가면서 “당신이 있어 나는 참 행복 합니다” 라고 진심으로 얘기 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 있으면 자주 만나고, 걷고, 담소하고, 때가 되면 막걸리 한잔 나누며 보내는 은빛 단풍으로 모든 황혼의 인생, 아름답게 가꾸고 남은 인생(人生) 여정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후회 없이 살다 가자꾸나! 벗들아! 친구야! 아프지 말고… (모셔온 글) 현대 의료기술이 노인의 삶에 기여하는 바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령노인에게는 질병의 “치료” 보다 ”돌봄”이 훨씬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85세 이상의 고령 노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질병을 치료할 것인지에 덧붙여, 어떻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전통적인 의료모델에서 벗어나 “삶의 질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얼마나 삶의 질을 중시하는 돌봄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는가? 자살하고 싶을 정도의 강력한 통증을 가진 노인 환자라면 무리한 질병 치료보다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야 하지 않을까?

물론 노인에 대한 돌봄은 고령 노인들의 고통은 총체적이다.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따라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노인들을 위한 보건의료전문직뿐 아니라 사회복지 전문직등과의 학제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노인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노인들의 자살은 그들의 개인적, 가족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만다. 동네 저수지라는 공공장소에서 두 노부부가 차를 몰아 동반 자살은 “병든 아내의 수발을 자식에게 맡길 수 없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했다고 남편의 판단이, 유서에…!





최수철
조선일보 휴스턴 지국장
전 동아일보 휴스턴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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