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5/2021

코리아월드

휴스턴 코리아월드 주간신문

3천원이 가져다 준 행복

어머니는 우리 마음의 심장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랑을 가장 가까이 보여 준다면 어머님의 사랑이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오는 교훈은 말할 나위 없이 금언이 된다. 어머니의 교훈은 우리들에게 중요한 성격, 태도, 습관, 생각, 그리고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형성하게 한다. 마치 건축가가 아름답고, 튼튼한 집을 지을 때 기초가 되는 주춧돌이라고 할까, 한국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에 형성된 성품과 인격과 마음 자세를 성장한 후에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날 따라 대형할인 매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모두, 카트에 물건들을 가득 싣고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 할인점 안에서 불행한 사람은 없어 보였습니다. 일주일 치 식품을 사는 김에 남편 선물로 튼튼해 보이는 새 등산화를 샀고 아들 녀석을 위해서는 특별히 큰맘 먹고 녀석이 그토록 목메어 사달라고 조르던 “인 라인 스케이트”을 샀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계산대 역시 북적거렸습니다. 어림잡아 한 20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루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서 있는 여섯 살쯤 된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옷을 초라하게 입고 있었지만 눈매가 총명했으며 착하고 똘똘해 보였습니다. 내 눈길을 한 번 더 잡아 끈 것은 그 아이가 들고 있는 작은 꽃병이었습니다. “저 꽃병 하나 사려고 이렇게 오래 줄을 서 있다니, 아이 엄마는 어디 갔지?” 그 아이는 입을 꼭 다문 채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자 깨질세라 꽃병을 자기 키 높이만한 계산대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습니다. 계산원은 기계적으로 바코드에 식별기를 갖다 댔고, 가격을 말해줬습니다. “6천 8백 원이다” 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6천 8백 원 이라구요?” 이상하다. 4천원이라고 써 있었는데. “네가 선반에 붙은 가격표를 잘못 봤나 보구나. 위쪽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봐야 하는데 밑에 있는 가격표를 봤구나.” “4천 원밖에 없는데…” 아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보기가 딱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지켜 봤습니다.
순간, 나는 계산대에 눈길을 고정시키고 가만히 있는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자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빨리 빨리 합시다. 뭐 이렇게 오래 걸려요” 계산원도 거들었습니다. “어떻게 할 거니? 다른 걸 골라 오든지, 아니면 집에 가서 돈을 더 가지고 와라.”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보다 못한 내가 얼른 천원 짜리 세 장을 계산원에게 내 밀었습니다. “이 아이를 아세요?” “아니요, 그냥 해 주세요.” 계산이 끝나자 아이는 계산대 옆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을 한 후 카트를 밀고 나오자 아이가 내 앞으로 와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아이는 조그만 손으로 거스름 돈 2백 원을 내 밀었습니다. “그건 놔둬라, 그런데 엄마는 어디 가셨니?” 물어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지난 여름에 돌아가셨어요”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 했습니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럼 너 혼자 이 꽃병을 사러 왔니?” 지난번에 엄마 산소에 갔는데 엄마 산소 앞에만 꽃병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럼 아빠하고 같이 오지 그랬니?” “아빠는 병원에 계세요. 집에는 할머니 밖에 안 계세요.” 무슨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꽃병을 가슴에 안고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늦은 시간까지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제발 그 아이가 더 이상 큰 아픔 없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와 주시라고…… 난 그날 단돈 3천원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샀습니다. (모셔온 글)
한국이나 미주동포사회에 도덕이 약화되고 이제 그 공간을 악에서 구제하는 최후의 보루인 “어른들마저도 나눔의 정, 베 품의 정이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 것 인가. 사회 공간에서 어른 됨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 바로 그 공공 공간에 있어서의 어른 됨의 책임 있는 행동일 것이다. 엄마의 사랑은 옳고 그른 것을 확실히 교육하여 자녀들이 그 금언 같은 어머니의 교훈을 이어 받아 또 자기 후손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어머니는 진정 그 이름 앞에 중대한 소명을 갖고 있어 자녀들이 고귀한 삶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어머니들은 그 자녀를 소중하게 양육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최수철
조선일보 휴스턴 지국장
전 동아일보 휴스턴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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