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5/2021

코리아월드

휴스턴 코리아월드 주간신문

걸인(乞人)과 창녀(娼女)와, 천사(天使)

걸인(乞人)과 창녀(娼女)와, 천사(天使)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모두가 100세까지 행복하게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삶을 마감할 가능성은 오히려 매우 낮다. 대부분 병상에서, 혹은 양로원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심지어 홀몸으로 쓸쓸히 생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노후에 내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눠 줄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노후의 행복이다. 결국 노후의 행복을 결정짓는 것은 “인간관계” 이다.

30여 년을 길에서 구걸하며 살아온 걸인 총각은 어린 시절 집에서 내 쫓긴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이다. 그는 정확히 듣고 생각하기는 해도 그것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걸 이외에는 어떤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번화가 길목에 앉아서 구걸한 돈이 4~5만 원은 되지만 그의 허기진 배는 채울 길이 없다. 음식점 문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바로 쫓겨나기 때문이다. 구걸이 아니라 당당한 손님으로 돈을 내겠다고 해도 모든 식당들은 그에게 음식을 팔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온 몸이 떨리고 뒤틀려 수저로 음식을 먹어도,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흘리는 밥이 더 많아 주위를 지저분하게 만들어 영업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이토록 문전박대 당해 서럽고 배고픈 그는 예수의 기적을 염원하면서 성경 한 권을 다 외우기도 했다. 그는 30년 간 성당 주변을 떠나본 적이 없는 진실한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두터운 신앙심도 육체의 허기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장가드는 일이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자신을 향해 문을 꼭꼭 닫는 지상에서 결국 그가 찾아갈 곳은 창녀촌 뿐이었다. 돈만 내면 저들처럼 문전박대를 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는 창녀 촌에 가서 어울리지 않은 비싼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주문 한가지를 더 첨가했다. 먹여 달라고…… 돈이라면 독약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한 창녀가 음식상을 차려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걸인에게 먹여주기 시작했다. 걸인은 평생 처음 받아보는 인간다운 대접에 감격하여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나를 내쫓지 않고 맞아 준 저 여인이야 말로 천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드디어 그는 말했다. “다… 당신이 바… 바로 처…천사야…” 창녀는 깜짝 놀랐다. 뭇 남성들의 천대와 사회의 냉대만을 받아오던 내가 천사라니! 그런데 걸인은 “바로 당신이 천사”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한 평생 처음 듣는 이 아름다운 말에 창녀는 감격했다. 그 감격의 눈물이 되어 흘렸다. 눈물을 흘리며 창녀는 걸인에게 말했다. “창녀를 천사라고 말하는 당신이야 말로 천사입니다…” 둘은 서로 고백했다. “나의 천사” 드디어 두 사람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축하객들은 감동과 눈물의 축복 속에서 그들은 지금 아담한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고 있다. 걸인은 이제는 문전박대를 당하지도 않고, 게다가 매일 밥을 먹여주는 아내가 있기에…… 이 세상은 에덴동산이라고 찬양한다. 창녀였던 아내도, 이제는 갖은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살수 있고, 남성들을 저주하지 않고 진심으로 한 남성을 사랑할 수 있어서 매일 매일을 “축복으로 살아간다” 고 기뻐했다.

그들은 이토록 새롭게 한 것은 누구일까? 걸인을 구한 것은 사회 복지, 정책도 아니요, 자선도 아니요, 교회도 아니었다. 바로 창녀였다. 창녀를 구한 것은 윤락 방지법도 아니요, 성직자도 아니요, 상담자도 아니었다, 바로 걸인이었다. 인생이란, 서로 돕고 살면 천국인 것이다. 서로 미워하면 지옥인 것이다. “상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모셔온 글)-

70- 90대 노인들이 모인 “요양병원에서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박사건, 무학이건, 전문직이건 무직이건, 재산이 많건, 적건 상관이 없단다. 누구나 똑같이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누워있는 그 곳에서는 안부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간식이나 필요한 용품들을 많이 받는 이가 “상류층” 이란다. 가족과 친구로부터 받은 간식과 생필품을 의료진이나, 같은 병실 환자들에게 나눠주는 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병실의 계급은 그렇게 좌우 된단다. 내 옆자리의 할머니는 밖에서 교장 선생이었고 아들도 고위 공무원이라는데, 사과 몇 알은 커녕, 전화도 거의 안 오더라? 그래서 인지 내가 받은 과일이나 간식을 나눠주면 너무 감사하다면서 민망한 표정을 진다며, 내가 그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야단이라도 치고 싶었다 한다. “요양원에서는 왕년의 직함이나 과거사는 다 부질 없더라고…” 한국이나 미주 한인동포사회에서도 과거에 연연하거나, 다가오지 않는 미래의 일에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오늘에 충실하면 된다. 그런데 그 “오늘”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나, 친척들에게 안부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일은 말년을 풍성하고, 풍요롭게 보내는 것이다……





최수철
조선일보 휴스턴 지국장
전 동아일보 휴스턴 지국장

  • Sign up
Lost your password? Please enter your username or email address. You will receive a link to create a new password via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