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3/2022

코리아월드

휴스턴 코리아월드 주간신문

양적, 질적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중남미 커피

<라틴 아메리카 18>



탈레랑은 커피 한 모금 마신 후 이렇게 말했다지. 악마처럼 검은 것이 지옥처럼 뜨거우나 천사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군. 그는 귀족 출신 사제였지만 프랑스 혁명 때부터 나폴레옹을 거쳐 오를레앙 왕조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의 체제 변화를 지혜롭게 넘나들며 유능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결과적으로 패전 후에도 프랑스의 본래 영토를 확보하면서, 유럽에서 여전히 한 목소리하는 강대국 프랑스를 유지케 한, 그만이 가진 특출한 외교 능력은 어찌보면 그가 즐겨 마신 커피의 마력에서 나온 것은 아닐런지.
베토벤 역시 한 번에 60알의 원두를 직접 갈아 마셔야 만족할만한 악상이 떠올랐고. 묵직한 오르간 음악만을 작곡하는 줄만 알았던 바흐도 경쾌한 소프라노 아리아와 합창으로 커피를 예찬한 <커피 칸타타>를 작곡하기도.
이런 지성 중에서도 발자크의 커피에 대한 애정은 유난하다. 그의 작품 활동은 새벽 1시부터 시작된다. 그때부터 시작된 글쓰기는 중간에 한 시간의 아침 식사를 제외하곤 정오까지 이어진다. 점심 후 1시부터 6시까지는 교정을 보고. 취침은 저녁 식사 후 7시부터. 이런 숨막히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소비된 커피는 하루에 무려 60여 잔. 그래서인지, 아, 물론 농담이겠지만, 그의 비문은 <그는 살았고 3만잔의 커피를 마신 후 죽었노라>
하지만 그는 평소에 이리 말했다고 한다. “커피가 위장에 들어가는 순간 내 아이디어는 마치 전쟁터에 투입된 군인처럼 날렵하게 움직이고, 기억은 펄럭이는 깃발처럼 솟아난다. 나의 비유법은 화약을 조달 받은 기갑부대 처럼, 논리는 무장한 포병처럼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면 위트가 명사수의 자세로 임하고 직유법이 비로소 글쓰기 투쟁을 시작한다.”
구태여 이런 비범한 예술가나 저술가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극히 평범한 우리 역시 한 잔의 커피로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고, 정겹게 마주 앉은 친구와의 대화도 이 한 잔의 향기를 넘나들면 한없이 감미로운 속삭임이 된다. 마치 한 시인의 읊조림 같이.
그 옛날에 에티오피아에 칼디라는 목동이 있었다. 하루는 염소들을 우리에 가두고 잠들기를 바랬는데 그날따라 염소들이 흥분해서 쌩 난리. 이튿날 풀을 먹이려고 들판에 풀어 놓았는데 이들은 나무의 빨간 열매를 따먹기 시작한다. 칼디도 호기심에 몇 알을 따서 입에 넣었다. 그 날 밤 염소들의 쌩 난리에는 칼디도 동참 했다. 그 열매를 먹으니 잠은 커녕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 열매를 잔뜩 따다가 그 마을에서 존경 받는 사제에게 가져다 주었다. 목동의 말을 들은 사제는 이 열매가 부정하다 싶어 불 속에 던져버렸다. 이 때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향기! 아, 이것은 악마가 아닌 하늘의 선물이라 믿고 카와(Gawah)라 부르며 즐겨 마신 것이 커피(Coffee)의 원조라는 설이 있다.
커피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 질 때의 일이다. 처음에는 이교도가 마시던 음료라 하여 마시기를 꺼려했다지. 그런데 17세기를 살던 교황 클레멘스 8세는 그만 커피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한가지 묘안을 세웠다. 이 좋은 것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커피에 세례를 줘서 우리 편으로 만들어 즐기자. 그래서 1645년에 베니스에 첫 커피 하우스가 생겼고, 그로부터 40년 후, 비엔나 전쟁에 진 투르크 족이 남기고 간 원두 자루를 자본으로 비엔나 커피 하우스가 탄생했다. 곧이어 네델란드 사람들은 예멘의 모카 항구를 통해 커피 묘목을 얻어다 키웠고.
미국은 수입된 차뭉치를 몽땅 보스턴 앞바다에 던진 후부터. 그 후로는 차 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애국심을 표현하는 한 수단이 되었다고. 한국은 대원군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했을 때 대접받은 커피에 매료된 후부터. 하지만 대중화된 것은 전쟁 중 PX에서 인스탄트 커피가 흘러 나오면서 부터라고. 아침에 출근하면 근처 지하 다방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리고 각 부서의 부장들 책상에는 생달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커피가 한 잔씩 놓여지고. 내 젊은 날의 추억 속에 아직도 아스라히 남겨 진, 커피 하면 생각나는 아날로그 한 조각.
이렇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커피이지만 생산 조건은 아주 까다롭다. 묘목 하나 얻었다고 아무데나 꾹꾹 꽂아놓으면 열매가 맺히는 나무가 아니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커피 생산에 적합한 기후는 남위 25도부터 북위 25도 사이에 위치한 아열대 지역으로 커피 벨트라고 한다. 이 벨트에 속한 나라는 약 80 개국, 그런데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아라비카(Coffea Arabica) 재배가 가능한 나라는 주로 중남미 국가들이다.
그 중에서도 최대 생산지는 브라질로 전체 생산량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 점유율도 약 40-50%. 하지만 상업 위주의 다량 생산을 하다 보니 품질면에서는 다소 처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최고의 품질은 생산량 3위에 머문 콜롬비아에게 양보했다. 특히 커피 생산의 최적의 조건을 갖춘 안데스 산악 지대의 3대 생산지 마니살레스Manizales, 아르메니아 Armenia, 메델린 Medellin 등 MAM’s 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전체 생산량의 70%가 재배된다. 이곳에서는 100% 아라비카만 생산하기 때문에 유명하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따로 있다. 생두의 크기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눈 후 Supremo와 Excelso만 수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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