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결함이란 보자기에 싼 자선!
“계란 하나에 300원입니다.” 라고 늙은 노인이 말하자 “10개에 2500원에 주세요 아니면 말구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 노인이 “그럼 그 값에 가져가세요. 오늘 계란 한 알도 못 팔았는데, 이제 좀 팔리게 될 것 같네요” 라고 하자 그녀는 계란을 들고 깍아서 잘 샀다는 듯 그 자리를 떴다. 삐까번쩍 한 차에 오른 그녀는 친구와 함께 우아한 식당에 가서 친구에게 먹고 싶은 것 주문하라고 하곤 함께 먹었다. 음식을 조금 먹고는 남긴 것이 많았는데, 값을 계산하러 갔더니 46000원이라고 하자 5만원을 주면서 나머지는 안 줘도 된다고 했다. 식당 주인에게는 꽤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나 빈궁한 계란 장사에게는 무척 고통스러워 보이는 장면일 수 있다.
요점은 왜 우리는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살 때는 우리가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우리의 관대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관대함을 보일까? 우리 아버지는 종종 필요하지도 않는 단순한 것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좀 비싸게 사곤 하신다. 어떨 땐 값을 조금 더 쳐주기도 하신다. 그게 좀 걱정이 되어 왜 그렇게 하시냐고 여쭤 보았더니 “얘야, 그게 고결함이란 보자기에 싼 자선이야”라고 답하셨다. 요즘은 모든 것이 너무나 많이 오르고 비싸서 제 아량으론 더 주거나 선심 쓸 곳이 별로 없습니다만 재래시장이나 노점상 좌판의 농수산물 값이라도 깍지 말고 사야겠습니다.
귀한 그릇, 값비싼 옷, 왜 그렇게 아끼는 것일까요? 현재보다 미래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그 미래가 현재가 되어도 즐기지 못합니다. 그러니 미루지 말고 지금 즐기세요. 석인성시(析吝成屎), 석(惜: 아낄 석), 성(成:이룰 성), 시(屎:똥 시) 아끼고 아끼다 똥 됩니다. “제일 값비싼 그릇(옷)은 언제 쓰실(입을) 건가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나중에 귀한 손님이 올 때 쓰려고 아껴 둔다고 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저렴한 신발에, 허름한 옷을 입고, 싸구려 그릇을 사용하면서 값싼 그릇만 사용합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의 물건을 정리해주는 유품 정리사들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게 제일 좋은 것은 써보지도 못 한 채 죽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안 좋은 것만 쓰고, 안 좋은 것만 먹다 죽으면 우리 일생은 안 좋은 것으로 가득 채워진 채 끝이 납니다. 물건이나 음식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생각이나 말도 그렇습니다. 평소 안 좋은 생각과 안 좋은 말만 하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귀하고 좋은 것, 너무 아끼지 말고, 지금 쓰시기를 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 마음이지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진실한 마음뿐,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오늘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편안한 만남이 좋다……
말을 잘 하지 않아도 선한 웃음이 정이 가는 사람,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풀꽃처럼 들꽃처럼 성품이 온유한 사람, 머리를 써서 냉철하게 하는 사람보다, 가슴을 써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람 마음이 힘든 날에 떠올리기만 해도 그냥 마음이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사람, 사는 게 바빠 자주 연락하지 못해도 서운해 하지 않고 말없이 기다려 주는 사람, 내속을 하나에서 열까지 다 드러내지 않아도 짐짓 헤아려 너그러이 이해해 주는 사람, 양은 냄비처럼 빨리 끓지 않아도 뚝배기처럼 더디게 끓지 않아도 뚝배기처럼 느리고 더디게 끓어도 한번 끓은 마음은 쉽사리 변치 않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사람을 물질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마음에 더 중심을 두는 사람, 진솔함이 자연스레 묻어 내면의 향기가 저절로 베어 나오는 사람, 세상 풍파, 사람 풍파에도 쉬이 요동치지 않고 늘 변함없고 한결 같은 사람 그래서 처음보다 알수록 더 편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오늘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좋은 글에서>
인생이란 알고 보면 다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타인이나 세상이 아니라 “내 자신” 입니다. 내가 내 자신을 이기면 세상도 이길 수 있지만 내가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게 되면 세상과의 싸움도 이길 수 가 없습니다. 우리는 평생 동안 자신을 괴로워하고,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최고의 자산인 동시에 때로는 최고의 적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항상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로” 끝난다. 모든 해결책도 내 자신 안에 있습니다. 불안하고 화나고 슬픈 것도 다 “나” 때문에 일어나고 나를 괴롭히는 것도 나 자신입니다. 나를 제대로 알면 “나”를 이길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깨닫는 순간 자유롭습니다…
최수철
조선일보 휴스턴 지국장
전 동아일보 휴스턴 지국장